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혈맹이라는 게 참 신기한 조직이었다.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, 그냥 같은 게임 하나로 묶여서 매일 밤 채팅을 나눴다. 누구는 학생이었고, 누구는 직장인이었고, 누구는 자기가 몇 살인지도 안 밝혔다.
그런데 그 안에서 나눈 대화들은 진짜였다. 시험 망쳤다고 하소연하면 다들 위로해줬고, 누가 아이템 잃어버렸다고 하면 자기 것도 아닌데 같이 안타까워했다. 공성전 전날 밤엔 다들 잠도 안 자고 작전 짜느라 채팅창이 불이 났다.
그 중에 유독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. 매일 새벽 2시쯤 접속해서 조용히 사냥만 하다 가던 형이었다. 어느 날 이유 없이 “다들 고마웠다”는 말 한마디 남기고 그 뒤로 안 보였다.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. 그냥 그렇게 사라졌다.
지금도 가끔 그 닉네임이 떠오른다. 잘 지내고 있을까. 결혼은 했을까, 아직도 게임을 할까.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지만, 그래도 궁금해진다.
그래서 그런지 몇일전 집앞 피잣집에 포장하러 갔는데 리니지? 자동사냥같이 자동으로 몬스터 잡고 그런모습이 모니터에 보이길레 요즘은 잘 모르지만 나도 신나서 물었다 ‘어디서버에요?’
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이라는 게 이렇게 오래갈 줄은 그때는 몰랐다.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인데, 신기하게도 잊히지 않는다.